영국 국방성이 내다보는 미래세계
30년 후의 세계
미래세계에 관한 많은 석학들의 저서들이 나와 있지만 2006년 4월 9일자 영국의 가디안(Guardian)지에 실린 30년 후의 세계(The World in 30 years’ time)라는 영국 국방성 보고서는 흥미 있는 예고를 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의 경제적 지위향상, 중동문제, 가공할 신무기출현과 사회불안, 기후변화, 우주공간의 군사적 중요성 등을 지적한 것은 예상 가능한 이야기들이나 주의를 끄는 것은 중산층(middle class)에 의한 맑시즘(Marxism)혁명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는 점이다.
맑스가 힘없는 전세계 노동자의 단결을 부추겨 푸로레타리아 혁명을 주창했던 것과는 다르게 수퍼 부유층(super-rich)과의 양극화에 따른 중산층의 불만이 그들의 무기인 지식, 기술, 자원을 가지고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전세계 중산층과의 연대에 의한 새로운 혁명세력화를 예고하고 있다.
공산주의사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종식에 따라 맑스의 자본론은 이미 실험이 끝나 빛이 바랜 줄 알았는데 다시 거론되는 것을 보면 역사란 돌고 도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맑스의 삶의 행적을 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을 것 같다. 맑스는 독일태생이지만 30대 이후 주로 영국 런던에서 생활을 했다. 하숙비가 모자라 여러 곳을 전전했기 때문에 런던에는 맑스의 하숙집이 많이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내가 런던에서 일하고 있을 때 자주 들리던 소호지구의 차이나 타운에 있는 한국음식점 옆에도 맑스의 하숙집이 하나 있었다. 한국에서 온 여행객의 요청으로 가끔 기념사진을 찍어 주던 기억이 난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인류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면서 일세를 풍미한 경제학자이지만 자연인으로서 맑스는 무척 가정생활이 불행했던 것 같다. 맑스는 룩셈브르크와의 접경지대인 독일의 조그마한 마을 트리어에서 태어나 공산주의운동으로 사회불안을 일으키는 주역이었기 때문에 조국 독일에서 추방되어 브라셀, 파리 등지를 전전하다가 쫓기고 쫓겨 결국 정착한 곳이 런던이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자유주의를 구가하는 가운데 부를 축적하면서 사는 나라이었기 때문에 사상적으로 편협함이 없는 이를 테면 용광로와 같은 나라이었다. 그래서 영국은 30대 이후 맑스의 제2 조국으로서 49세에 자본론을 완성하면서 공산주의 활동을 꽃핀 무대이었고 말년에 리젠트 파크 옆의 한적한 캄덴지구에 살면서 이곳에서 65세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맑스의 맨 처음 런던하숙집은 오늘날 첼시 축구팀이나 첼시 플라워쇼로 유명한 테임즈 강변에 있는 첼시의 앤더슨가 4번지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한때는 학문적인 연구를 포기하고 철도회사에 서기로 취직하려 했으나 악필 때문에 채용되지 못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래서 맑스의 원고정리는 항상 부인의 몫이었다. 5파운드의 6개월 하숙비가 밀려 이곳에서 쫓겨나 소호지구로 옮기게 된다.
맑스는 당시 산업혁명의 중심지 만체스터에 살면서 저명한 경제학자로서 혹은 사상가로서 항상 토론의 상대가 되어 주던 동지 엥겔스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았지만 약값이 모자라 귀여운 어린 아이 셋을 잃게 된다. 이웃에 살던 불란서인 망명객의 호의로 관값 2파운드를 빌려 장례를 치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비참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부인 역시 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병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사별하게 된다.
작년 봄 런던에 몇 개월 머물 기회가 있어 이곳 첼시 플라워쇼 구경을 갔다가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시내 버스를 타고 내친김에 리젠트 파크의 북쪽에 있는 하이게이트 묘지공원을 찾았다. 맑스 덕택에 이곳 묘지공원은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입장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카메라 소지의 경우 카메라 값을 따로 받고 있다. 전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workers of all lands, unite)라는 비문이 금박으로 선명하게 새겨진 거대한 묘비 앞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맑스는 당시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있어서 노사계급간의 빈부차가 심화되는 산업현장을 목격하면서 아담 스미스의 18세기 대작 국부론의 노동가치론(The labor theory of value)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한다. 당시 자본주의
그런데 다시 케인즈는 1930년대 대공항속에서 자본론을 학문적으로 오류투성이의 낡은 경제학 책(a scientifically erroneous and obsolete economic textbook)이라고 혹평하면서 수요창출을 위한 정부역할의 처방을 담은 20세기의 대작 일반이론을 내 놓는다. 경기대응정책에 의한 약간의 궤도수정에 의하여 시장의 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아담 스미스의 선순환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경제체제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서구사회의 근대화 과정은 계급간의 이해관계의 다툼과 조정과정에서 발전 진화한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가 산업혁명 이후 새로이 대두되는 도시 중산층이 중심이 되어 아래 위의 양 계층에 영향을 파급하는 식의 근대화 과정을 거친데 반하여 러시아는 힘이 없는 하부계층에 대신하여 상부계층이 중심세력이 되는 하향식 근대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번 영국 국방성의 보고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haves와 have-nots)의 양극화를 넘어 덜 가진 자와 많이 가진 자(middle class와 super-rich)의 양극화를 부각시켜 21세기 자본주의체제에 대하여 시각을 달리하는 이 두 거장의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감이 없지 않다.
지구를 하나의 세계로 통합시키는 글로벌시대, 정보화시대의 흐름 속에서 발생되는 새로운 빈부격차 즉 양극화 현상은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쫓아 가기 어려운 너무나 빠른 속도로 심화되고 있는 지식, 기술의 전문화와 거기다가 경쟁력 있는 우수한 품질의 지식, 기술, 상품만을 선호하는 소비자주권(consumer-driven, consumer-centric)시대의 도래에 따라 1등 기업, 1등 두뇌만이 생존가능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이나 사회계층은 도태의 속도가 빨라 질 수 밖에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맑스가 말하는 약자들의 단결에 의한 투쟁이나 케인즈가 낙관한 정부역할로서도 양극화의 치유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지금까지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자랑해 온 무자비할 정도의 무한경쟁과 이것이 가져온 자본주의 사회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의 극치라는 것이 과연 인류가 추구 해야 할 본래의 행복한 모습인가를 성찰케 하는 반성마저 나오고 있어 도도히 흐르는 새로운 글로벌시대, 정보화시대의 물결 속에서 계층간의 갈등을 아우르면서 인류의 행복을 가져다 줄 방안을 제시해 주는 21세기의 처방, 100년마다 나오는 대작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출현 될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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